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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로록 봄 "구운 귤"

탐험대원1 2025. 3. 18.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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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를 배경으로 그 시절 소녀를, 엄마를, 또 나를 감정 이입하게 만드는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를 보며 나의 부모님 세대를 나의 세대를 지나온 그 시절을 보는 것 같아 가슴이 미어졌습니다.

구운 귤_폭싹 속았수다

 

1화에서 나온 나의 추억 속 음식 "구운 귤“

여섯 살의 겨울, 매서운 바람이 부는 가운데 나의 첫 '구운 귤'을 맛보았던 기억이 새삼스레 떠올랐습니다. 그날은 친척의 결혼식 전날전날 잔치를 하던 날이었습니다. 젊은 삼촌들은 집 안에만 있기가 따분했는지, 커다란 드럼통을 꺼내와 그 안에 불을 지피고 귤을 올려놓았습니다. 어린 우리들은 그 커다란 불꽃이 일렁이는 드럼통을 바라보며 두려움과 동시에 호기심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붉은 석양처럼 빛나던 감귤이 서서히 익어가면서 껍질이 그을리기 위해 시작했고, 드럼통 안에서는 달콤한 향기가 퍼져 나와 우리의 코끝을 간질였습니다. 처음에는 의아했습니다. ‘귤이란 본래 차갑고 상큼하게 즐기는 것이 제맛이라 여겼기에, 그것을 굳이 불에 구워 먹는 이유를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언제나 호기심이 많았던 나는 삼촌들의 장난기 어린 설득에 넘어가고 말았습니다. "한 번 맛보면 알게 될 거야 그들은 나를 부추겼습니다. 마침내 귤이 다 익었다는 신호가 들려왔고 삼촌들은 장갑을 낀 손으로 뜨거운 귤을 조심스럽게 꺼내어 내 손에 쥐여 주었습니다. 설레는 마음으로 한 입 베어 물었지만, 그 순간 뜨거운 열기에 깜짝 놀라버렸습니다. 어린아이였던 나에게는 그 물컹한 식감도 낯설기만 했습니다. 결국, 나는 그것을 뱉어내고 말았습니다. 삼촌들은 그저 웃으며 다시 한번 권했지만, 당시의 나로서는 도저히 삼킬 수가 없었습니다.

 


그로부터 몇 년 후, 열한 살이 되던 해에 할머니의 밭에서 다시금 '구운 귤'을 만날 기회가 찾아왔는데 사촌들이 땅을 파고 그 속에 귤을 묻어 구워낸 것이었지요. 오랜 세월이 흐른 뒤 다시 마주한 그 맛은, 처음의 거부감을 잊게 할 만큼 달콤하고 진했습니다. 마치 꿀이나 잼처럼 깊고 풍부한 맛이 입안 가득 퍼졌으며 차가운 귤과는 전혀 다른, 색다른 경험이었습니다. 나이가 들고 나서도 추운 겨울이 찾아올 때면 그 구운 귤의 맛을 잊을 수 없었습니다. 난로 위에서 몇 번이고 시도해 보았지만, 그 옛날 장작불에 구워지던 그 맛은 좀처럼 재현되지 않았습니다. 아마도 그 맛은 단순히 귤과 불의 조합만이 아니라, 함께 모여 웃고 떠들며 나누었던 추억이 더해져 더욱 특별했던 것이었습니다.
세월이 흘러 어른이 된 지금도, 나는 여전히 겨울이 오면 포대에 담긴 귤을 집으로 가져와 구워봅니다. 그리고 그 달콤한 향기와 맛이 입안에 퍼질 때마다,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 어린 시절 사촌들과 함께했던 그 겨울날의 추억이 생생히 떠오릅니다. '구운 귤'은 이제 나에게 단순한 음식이 아닌 소중한 사람들과 나눈 따뜻한 기억의 상징이며, 그 시절의 순수함과 즐거움을 떠올리게 하는 특별한 간식입니다.

그리고 그 순간마다, 어린 시절의 나로 돌아가 사촌들과 함께 웃고 떠들던 그 겨울의 풍경이 눈앞에 펼쳐집니다. '구운 귤'은 나에게 그런 의미로 남아 있습니다. 단순한 음식이 아니라, 사랑과 추억이 담긴 소중한 선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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