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지와 떨어진 섬이라는 독특한 지형적 특성 덕분에 제주는 독자적인 음식 문화를 형성해 왔습니다. 예로 쌀밥을 두고 "곤밥"이라 부르며 소중히 여겼습니다. 주로 밭농사와 어업을 중심으로 생활해 온 제주 사람들은 계절에 따라 절기 음식을 만들고, 각종 의례 때마다 그에 맞는 음식을 정성껏 준비해 나누었습니다. 큰 틀에서 보면 제주의 음식 문화는 다른 지방과 유사해 보일 수 있지만, 제주의 절기와 의례 음식은 육지와는 확연히 다른 독특한 매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산업화와 현대화로 인해 우리의 식생활이 점차 서구화되면서, 향토 음식은 일상에서 쉽게 접하기 어려운 존재가 되었습니다. 또한, 전통과 타협한 음식들이 많아지면서 본래의 맛을 잃어가는 경우도 늘어났습니다. 그러나 최근 웰빙이라는 시대적 흐름 속에서 건강한 식재료와 건강한 식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제주의 전통 향토 음식에 대한 가치와 중요성도 날로 커지고 있습니다. 제주의 음식 문화는 단순한 먹거리를 넘어, 제주의 역사와 전통을 담고 있는 소중한 문화유산입니다. 이러한 배경을 바탕으로, 제주의 향토 음식은 우리에게 단순한 먹거리가 아닌, 제주의 자연과 전통을 경험할 수 있는 중요한 매개체입니다. 제주의 신선한 해산물과 농산물을 활용한 요리들은 건강을 지키면서도 깊은 맛을 선사합니다. 따라서 제주의 전통 음식을 통해 우리는 제주의 아름다움과 그 안에 담긴 가치를 재발견할 수 있습니다.
철에 따른 특별 음식
제주도의 절기 구분이나 그 의 미는 다른 지방과 별로 다를 바 없습니다. 그러나 제주도가 가진 색다른 자연환경으로 인해 절기 음식은 재료나 만드는 방법에서 다른 지방과 차이를 보입니다. 시대에 흐름에 따라 음식들 또한 간소화되기는 했지만
정월
정월에는 메밀칼국, 탁주, 청주, 감주, 곤침떡, 곤떡, 솔벤, 절벤, 빙떡 등의 음식을 만들 먹었습니다. 설날에는 새벽에 국제 또는 떡국제라고 하여 골미떡(권미떡)을 썰어 떡굴을 만들어 신령에게 간단한 차례를 올린 다음 해가 뜨면 명절 차례를 지냈습니다. 그리고 손님들이 오시면 친적집에서 받아온 떡국을 끓여 손님에게 대접하였는데 이 떡국을 칼국이라고 합니다.
음력 5월
제주도에서는 음력 5월이 되면 보리를 볶아서 맷돌로 갈아 개역을 만듭니다. 개역은 미숫가루를 말하는 것으로 보리 볶은 것에 콩 볶은 것을 섞어 만들기 때문에 더운 구수합니다. 음력 5월이나 6월에 보리 수확이 끝난 직후 장마가 지면 비 내리는 날의 한가한 틈을 타 집집하다 보리개역을 만들어 여름내 먹습니다. 옛날에는 시집온 여자가 햇보리로 만든 보리개역을 친정에 갖다 드리기도 하였습니다.
음력 6월
제주도에는 음력 6월 20일이 되면 '닭 잡아먹는 날'이라고 하여 닭을 잡아먹는 풍습이 있었는데 이 풍습은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옛날에는 봄에 병아리를 사다가 마당에 놓아길렀습니다. 이 병아리는 닭 잡아먹는 날이 가까워 올 때쯤이면 먹음직스러운 중닭이 됩니다. 한 가정당 보통 두세 마리의 닭을 잡아먹는데 형편이 안 되는 집은 닭 한 마리를 삶아 고기는 건져 먹고 국물로 죽을 끓여 온 가족이 나누어 먹었다고 합니다. 오골계는 허약한 사람이 보신용으로 많이 먹었으며 어린아이들에게는 닭 속에 어영뒤낭(앵두나무)과 황토물, 쌀을 불려 넣고 고아 먹여 회충을 예방하였습니다. 부인병에는 빨간 수탉 속에 마늘, 쌀, 백토란, 지네를 넣어 고아 먹었습니다. 남자는 암탉을 여자는 수탉을 먹었다고 합니다.
음력 9월
음력 9월이 되면 각 가정에서는 동백 씨를 씻어 열흘 정도 말려서 기름틀에 놓고 기름을 짰습니다. 과거 여인들의 머릿기름으로 쓰이는 동백기름을 소중하게 여겼습니다. 오늘날에도 시골에 가면 시골집 마당에 동백 씨를 말리고 있는 집들을 볼 수 있습니다. 또한 동백기름을 약의 대용으로 사용하기도 하였고, 동백기름 한 수저에 물 한 수저를 넣고 오래도록 수저로 치다 보면 색이 하얗게 되고 풀풀해집니다. 이것이 기침을 멎게 하는데 좋다 하여 집집마다 상비약으로 동백기름을 보관하여 두었습니다.
음력 11월
동지에 팥죽을 먹는 풍습은 어느 지방이나 같지만, 제주도에서는 쌀이 귀하기 때문에 쌀 대신 좁쌀을 넣고 팥죽을 끓여 먹었습니다. 팥죽은 쑤면 액을 막기 위해 반드시 먼저 집안 여기저기에 뿌리고 나서 먹었는데 동지가 동짓달 초 열흘 전에 들면 '애기동지' 라고 하여 아기가 있는 집에서는 팥죽을 쑤지 않았다 합니다. 제주도는 날씨가 다른 지방하고 다르기 때문에 동짓달에 콩을 삶아 메주를 만들고 섣달 그믐날에 장을 담갔습니다. 동지 뒤의 셋째 미일은 납평날(납일) 이라고 하는데 이날 고은엿은 맛있고 약으로도 쓰인다 하여 집집마다 엿을 고았습니다. 제주도의 엿은 차좁쌀과 엿기름을 사용하여 만드는 것을 기본으로 하며, 때로는 대죽쌀(수수)이나 쌀을 이용하기도 합니다. 엿의 종류로는 새비엿, 하늘애기엿, 갈근엿, 꿩 고이 엿, 닭엿, 마늘엿, 돼지고기엿, 머쿠실엿, 쇠고기엿, 익모초엿, 호박엿 등이 있습니다. 제주도에서 엿은 보신용 음식으로 주로 애용되었는데 돼지고기엿은 천신의 약으로, 닭엿은 가을에 만들어 두었다가 겨울에 추위를 이기기 위한 보신용으로 먹었고 꿩엿은 봄에 만들어 보신용 음식으로 이용하였으며 하늘애기엿은 하눌타리, 익모초엿은 익모초라는 약용 식물로 만들었습니다.
음력 12월
명절이 가까워 오면 고기가 필요한 사람끼리 모여 소나 돼지를 잡아 고기를 나누어 가지는 '추렴'을 한다. 고기가 필요한 사람이 모아지면 주문대로 부위별로 나누어 가지고 갑니다. 부위별 명칭은 대가리(머리), 목도래기(턱이 붙어 있는 목 부위), 좁짝뻬(갈비), 전각(앞다리), 숭(가슴 부분, 삼겹살), 일훈(꼬리 윗부분), 후각(뒷다리), 비피(항문 쪽), 내장이라고 부릅니다. 여기서 전각, 숭, 후각 따위는 각 2개로 계산하며 내장과 머리를 제외하고 열두 부분으로 나눕니다. 큰 추렴은 소를 잡는 일이고 작은 추렴은 돼지를 잡는 일입니다. 옛날에는 돼지를 기르다가 추렴하는 일이 많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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